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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35주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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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http://venus4212.com.ne.kr 작성일2006-11-23 17:20 조회5,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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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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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35주년 앨범 (2006.11.03)









며칠 전,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동생이랑 걷다가

“샴푸가 이상한가? 왜 머릿밑이 이렇게 가렵냐?” 했더니,

희경이는 대뜸 “흰 머리가 나려고 그래. 나도 재작년부터 그랬어”라고 대답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올 들어 내내 머리가 근질거렸다.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던 1월부터 앨범 작업이 정리된 10월까지.

아직 늦가을의 정취도, 겨울도 맛 뵈기로 남았는데, 내게 2006년은 다 지나간 것 같다.

흰 머리도 늘었다. 예전 할머니들께서 “아유, 이젠 일이 무섭다”라고 하신 말뜻을 알 것도 같다.

마음 같지 않게 몸이 배신을 때렸다.


쉰다섯 늦가을, 가수 생활 35주년을 맞아, 새 노래를 내놓는다.

김점선 선생의 그림으로 겉지, 속지가 살아났다.

노래를 선생께 들려드렸더니,

선생은 벼락 치는 목소리로 대뜸 “양희은은 노래하는 나다.”라고 말씀 하셨다.

내게 김점선 선생은 ‘그림 그리는 양희은’이었다.

이제 노래들은 내 품을 떠나 여러분 가슴으로 옮겨진다.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진정 좋은 노래라는 믿음, 이제껏 한결같다.

당신들 가슴으로 불씨를 살려, 다시 내 품으로 돌려주기 바란다.

나는 그럼, 되살아난 노래들을 부르며 나이 들어가겠다.


늙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젊은 누구도 모사 못할 경험이 있으니까!

세월은 아무도 따라 마실 수 없으니까….

단, 세월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움은 슬픔, 아름다움은 아픔’ 어느 시 구절처럼, 이 노래들은 아프고 슬프다.

허나 세월이 가고 뒤돌아보면 아름다워지리라.

가사를 혼자 쓰기도 하고 작사, 작곡한 이의 밑 그림 위에, 다시 손 본 것들도 있다.

그 작업이 더 오래 걸렸다.

노래 만드는 이들이 거의 30대 후반, 마흔을 바라보는 남자들이라서,

여자의 언어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가사 중에는 정호승 시인과 나태주 시인의 귀한 시도 있다.

노래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

노래는 노래로 풀리니까….

마흔아홉 넘어가는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 쉰 넘기고 나니까

‘쉬지근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뼛속 깊이 다가온다.

힘들긴 해도 쉬지근하다.


앞으로 70년대 초 늘 몰려다니며 함께 하던 7080 통기타 식구들의 새 노래도 기대하고 싶다.

어린 사람들 노래가 10월 말, 무섭게 쏟아져 나와 소위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는 좀 외롭다.

‘별들의 전쟁’에도 못 끼고 별똥별이 되고 싶지도 않고….

좀 쓸쓸하다!

그래도 나는 쉼 없이 노래 부른다.


2006년 10월,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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