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이화사랑 글짓기대회' 총동창회장상 수상작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제 1회 '이화사랑 글짓기대회' 총동창회장상 수상작

페이지 정보

영학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http://www.homepage.co.kr 작성일2014-10-23 22:02 조회4,018회 댓글0건

본문

                                                        " 쑥개떡 쪄 먹던 날" 

                                                                                        백복현(영문 82)

 쑥개떡을 먹어본 지 꽤 오래 되었다. 봄 나물이 나올 무렵이면 어머니는 밥솥위에 얹어서 쪄낸 쑥개떡을 내 손에 쥐어주시곤 했다. 겨우내 읽은 낡은 잡지책을 옆에 놓고 어서 날이 풀려 고물장수 아저씨가 만화책을 싣고 동네에 나타나길 기다리던 봄은 내게 지루하기만 했다.  이를 눈치챈 어머니는 가끔 별식으로 내 지루한 봄날을 달래주셨던 것이다.  밥이 뜸드는 소리에 섞인 칼칼한 쑥내음의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봄날은 하루하루 길어만 갔다.

 봄도 벌써 지나 입동으로 접어들고 논두렁밭두렁에서 쑥을 캐던 처자들의 노랫소리도 아득하기만한 늦가을 어느날 L 선배님이 쑥개떡 만드는 법을 시연한다고 알리셨다.

 어언 칠십 줄에 들어선 이화동창 L 선배님은 떡이라면 토론토에서, 아니 북미지역에서는 국보급에 해당하는 인간문화재다. 이 가을날  어디서 쑥을 뜯어다가 쑥개떡을 만들까, 초봄 들에서 난 쑥을 뜯어다가 쑥개떡을 만들까, 초봄 들에서 난 쑥을 혹시 냉동해서 재료로 쓰는 것은 아닐까 혼자 궁금했었다.  알고보니 L 선배님은 한국에 주문을 해서 쑥가루를 준비해오신 거였다. 부엌에 들어서니 가을 찬 바람을 녹여줄 따스한 김이 짐통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쑥개떡 시연을 위해 부엌을 오픈한 또 다른 이화선배는 찜통에 더운 물을 붓고는 한참 김을 올리고 있었다.

 부엌에 토론토 이화 동창 여섯 여자들은 L선배님의 지시대로 곱게 빻은 쌀가루에 쑥가루를 섞기 시작한다. 예전엔 쌀이 귀해서 밀가루를 섞어 개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름이 개떡인가, 왠지 개 자가 들어가는 이름에선 천하고 상스런 느낌가지 받는다.  우리 동리에 아주 귀하게 태어난 아이가 있었는데 그아이의 이름이 개똥이였다. 천한 이름을 지어 주어야 잡신이 질투를 안한다고 해서 일부러 개똥이란 이름을 지어 불렀던 게다. 이름만 들어도 쑥개떡은 서민층에서 엉성하니 만들어 먹던 떡이란 생각이 든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되는 대로 만들어 먹던 떡이기에 개떡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재료에 정식으로 떡메로 치고 시루에 앉혀서 만든 찰떡과 차별화를 하여 그 격을 낮추어서 부른 서민의 떡이란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옛어른들은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으'란 말을 다 하셨을까... ...

 그래도 나는 제삿상이나 명절 상에나 오르던 찰떡인 인절미나 절편보다는 봄 한철 먹어보는 어머니의 쑥개떡을 좋아했다. 쑥개떡을 한 손에 들고는 한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어린 날에 대한 향수가 어쩌면 가을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내 발걸음을 서둘러 선배의 부엌으로 돌리게 했는지 모른다.

 저녁밥을 앉히신 후에 어머니는 내게 특별식을 만들어주려고 남겨둔 불린 쌀 한 줌에, 들에서 캐온 쑥을 절구에 넣고는 콩콩 절구질을 하셨다. 적당히 빻아서 아직 덩어리가 만져지는 쌀과 쑥으로 얼기설기 반죽을 하셨고, 손바닥만한 개떡이 빚어질 즈음이면 밥솥에선 밥물이 끓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이때 솥단지를 열고는 김이 막 오르기 시작한 밥 위에다 떡반죽을 하나, 둘 들이미시는 거였다. 쑥개떡이 제대로 익어 그 쫄깃쫄깃한 맛을 내려면 밥물이 한소금 더 끓어 올라야 했다.

 이제 우리는 옅은 쑥색이 나는 쌀반죽을 밀어 개떡을 빚기 시작한다. 어머님의 투박하고 거칠은 개떡이 아니라 앙증맞기까지 한 작은 개떡을 빚는다. 만들어놓고 보니 호박씨, 포도씨로 장식까지 마친 떡은 개떡이라기 보단 화전에 가깝다. 이토록 쑥떡이 호사를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떡은 쑥개떡이 아니라, 그저 쑥떡이라고 개명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포크를 꾹꾹 눌러 빗살 무늬까지 새기니 쑥개떡은 이제 영락없는 절편의 모습이다. 눈과 코를 호박씨로 삼고 물끄러미 내려다본 쑥떡의 모습은 어릴 적 어머니의 솥단지에서 쪄낸 쑥개떡을 한 쪽 받아쥐고 행복했던 내 얼굴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나를 한사코 자신의 부엌에서 밀어내셨다. 매캐한 연기 반, 그을음 반으로 빼곡한 부엌에서 간혹 행주치마에 눈물을 닦아내실 적마다, 아마도 어머니는 고명딸을 검불 섞인 밥 짓는 시골로는 시집을 보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셨던가 보다. 한사코 나를 아궁이에서 밀어내시며 그저 '너 좋아하는 책 보고 있거라. 얼른 개떡 쪄주마' 하시는 거였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의 부엌 아궁이 앞에 있는 걸 좋아하였다. 아직 다 타지 않은 잔불을 부지깽이로 내리칠 때마다 그을음과  함께 타다닥 불곷이 타올랐다. 마른 잔솔가지를 골라 아궁이에 집어넣고는 불꽃이 재로 타오르는 동안, 그 소멸의 시간을 지켜보는 일을 사랑하였다. 무릇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따스한 온기와 종국에는 재로 화하고 말 허망함이 어린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던 걸까, 검불이 타는 연기와 열기로 어머니의 부엌은 늘 흐려 있었지만, 어머니의 마음처럼 그 부엌은 언제나 따스했다.

 저녁 밥과 쑥개떡이 뜸 드는 봄날, 부엌 툇마루에 앉아 저녁 어둠이 내리는 마당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고요히 가라앉곤 했다. 어머니의 부엌에서 쑥떡이 쪄지는 소릴 들으며 앞마당 우물가에 심어진 수국이나 철쭉 같은 봄꽃들이 봉오리 맺는 소릴 듣고 있노라면 평온한 저녁으로 나의 바쁜 마음도 저물어 갈 수 있었다. 돌아보면 부엌 톳마루에 앉아 쑥개떡이 익기를 기다리던 그 시절은 내 생애 가장 평안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찜통에선 김이 오르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우리는 쑥개떡의 탄생을 맞게 되었다. 반죽으로 빚었을 때보다 더 진하고 선명한 개떡 속에 호박씨가 몇개 박혀있다. 살짝 위로 치켜든 호박씨 눈이며 건포도로 빚은 코는 저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개떡의 모습이다. 그 개떡에다가 참기름까지 발라 담아 놓으니 이건 쑥개떡이 아니라, 어느 양반집 제삿상에 오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소곳하고 얌전한 모습의 쑥떡이 되었다.

 쑥개떡 아닌 쑥떡을 하나 받아쥐고 나는 물끄러미 선배의 부엌에 서서 잎 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부엌 창문으로 삐져나온 뿌연 연기가 한 줄기 어둠으로 흘러가는 세월 저편 뜨락에 쑥개떡을 쥔 열 살 계집애가 말없이 서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Total 630건 3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600 신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6-02-28 3920
599 영학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11-01 3698
598 영학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10-27 3663
597 김경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10-25 2482
596 신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06-01 3995
595 신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06-01 3833
594 신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05-10 3837
593 신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05-10 4072
592 김경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02-14 2518
열람중 영학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10-23 4019
590 이정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09-15 9196
589 김경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06-22 2621
588 김경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06-22 2982
587 김경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06-22 2771
586 이정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06-08 4596
게시물 검색

이화 동창지 영문과소식 - 이번 여름에 출범한 33대 영학회에서는 내년 영문과 백주년기념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학회 동문 간담회를 주최하였다. 건강한 줄기세포 하나가 여러 기능을 하는 우수한 장기로 분화발전되듯 이화영문라는 줄기세포는 우리 나라의 중요 혈맥으로 곳곳에  뻗어나아왔다.  식민지와 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진통을 겪어내며 오늘 날 K 한류를 만들어 내는 이화영문의 역사가  동창 간담회에서 다시 보기로 재생되는 감동이  무더위를 제압하며 올라왔다.  다음은 성사된 간담회 내용이다.

 

[전임회장단 간담회]   

1. 일시 : 2024.07.23(화) 14: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고영자(63) 최청규(65) 유중근(67) 박은경(68) 안미순(71) 김혜정(72) 이정숙(77) 홍성미(78)  

3. 사회 : 강명옥(82) 기록 : 홍의경(85) 진행: 신정선(84) 

 

[방송인 간담회] 

1. 일시 : 2025.07.25.(목) 11: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이숙영(80) : 아나운서 

 김혜란(82) : 전 KBS 국제협력실 PD 

 고희경(92) : SBS 아나운서 

 권수현(02) : 연합뉴스 기자 

 현솔잎(08) : MBC 기자 

 김효정(08) : BBC  

3. 사회 : 이무경(89) 기록 : 박미정(88) 진행 : 이유미(83) 

 

 

[언론인 간담회] 

1. 일시 : 2024.07.26(금) 11: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이덕규(79) : 전 중앙일보 기자 

 김순덕(84) : 동아일보 고문 

 허  란(05) :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연주(15) : 중앙일보 기자 

 구유나(15) : BBC 기자 

 윤  솔(21) : 세계일보 기자  

3. 사회 : 서연희(94) 기록 :김지은(82) 진행 : 김경숙(84)  

 

[문화 간담회]  

1. 일시 : 2024,07.29.(월) 14: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외부전문가)  

 신선희(68) (전) 국립극장장  

 배혜경(79) (전) 크리스티즈 한국지사장  

 이화익(80) 갤러리대표 (전) 화랑협회 회장 

 전혜숙(83) 미술사 교수 

 박윤정(88) (전) 소마큐레이터  전시기획자 

 김은령(94) 디자인하우스 전 부사장

 황  윤(95) 영화감독 

(영학회 내 전문가) 

 정경숙 (79) 갤러리정 대표 

 노정하 (88) 집아트 대표 

 우혜수 (90) 전 아모레 미술관장 

3. 사회 : 우혜수. 기록 : 곽상희. 진행 : 노정하 

 

[금융기업 간담회] 

1. 일시 : 2024.08.02.(금) 18:30 / 한일관 압구정점 

2. 참석 :  

 이성남(70) 전)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손병옥(74) 현)SC제일은행 사외이사, 전)푸르덴셜생명회장 

 허금주(87) 현)G20 Empower Alliance 한국대표 ,전)교보생명 전무 

 박경희(90) 현)삼성증권 WM 사업부문장, 부사장 

 김정원(91) 현)김&장 고문, 전)씨티은행 재무부행장 

 최승은(91) 현)삼성전자 MX 사업본부 부사장, 전)존슨앤존슨 글로벌케어본사 사장 

3. 사회 : 한유경(91) 기록 : 김희진(94). 사진.촬영 : 노정하(88) 

 

 

[선교 간담회] 

1. 일시 : 2024.08.09.(금) 11:30~14:00 / 한일관 압구정점 

2. 참석 :  

(간담회 참석) 

 성혜옥(70) : 이대 총동창회 선교부장 

 이명실(78) : 전 이대 총동창회 총무 

 이재진(78) : 성경번역선교사 

 이은혜(83) : 영남 신학대 조교수 

 최문영(83) : 이화의료원 초대 원목 

 박경난(88) : 이대 국제처 특임교수 

 이은혜(05) : 호주 YMAM 

(서면 답변)  

 김영자(66) : 우간사 선교사 

 박혜원(79) : 인도네시아 선교사 

 오은주(74) : 필리핀 선교사 

 엄옥희(86) : 우간다 선교사 

 양은숙(80) : 알바니아 선교사 

 송헌복(69) : 한국선교훈련원 명예교수 

 김선정(88) : 케냐 선교사 

 

 

3. 사회 : 이유미(83)총무. 기록: 이연선(01/ 전 서울경제 부장) 사진.촬영: 김경은(79) 

 

[사법행정 간담회] 

1. 일시 : 2024.08.12.(월) 18:30~21:00 / 친니 광화문점  

2. 참석 :  

 김정순(83) : 김앤장 고문 

 윤혜미(83) : 전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강민아(88) : 전 감사원장 대행 

 곽진영(88) :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 

 김선화(92) :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장 

 서연희(94) : 법무법인 율성 변호사 

3. 사회 : 조영미(82). 기록: 윤수현(95) 사진.촬영: 양옥경(82) 


개척해 온 100년 이화영문이 개척해 갈 100년 이화영문을 맞아 악수하고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영학회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우편번호 0663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350 나동 403호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동창회 ⓒ2002~20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