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7일 영학회의 밤에서
저는 은사님들의 사진을 찍을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
왜냐!
이번에 김세영 선생님께서 축사를 해 주시는 동안
뒷 스크린에 커다랗게 용안(!)을 띄워드리려고 했는데
그만
사진을 못 찾는 통에(독사진이 없으시더라구요)
그렇게 좀 작은 사진을 띄우게 되면서
그리고
영어영문학부 소식을 전하시는
전수용 선생님은
사진 자체가 아예 아무 것도 없어서
그렇게 제목만 덩그덩 올려놓았거든요.
그래서 그 날
들어오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뒤쫓아가면서
선생님, 사진 한 장 찍어 주셔야 겠어요...하고
디지탈 카메라를 들이대니
선생님들이 모두 질색 팔색을 하시는 겁니다.
아니, 주름많은 우리 얼굴을 찍어서 뭐 하려고 하니? 하시면서
고개를 돌리시고 눈길을 피하시며
아예 노골적으로 못마땅하신 심기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무리 결례가 되어도
다음 행사를 위해
이 작업은 반드시 수행해야한다는 모진 결심을 하고 온 저이기에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여
조정호 선생님, 나영균 선생님,김연옥 선생님,김세영 선생님,
김영일 선생님 ,김승숙 선생님의 얼굴을 찰칵 찰칵 찍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어기 이 웹사이트의 비밀자료창고에다가
쟁여 두었다가
유사시 대외 홍보나 대내 행사용으로 폼나게 올릴 겁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찍으면서
제가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면요....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마음 찡하게 인간적이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름살 보이기 싫으시다고 아기처럼 도리질하시는 모습에
저는
정말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모습은 저희를 가르쳐주실 때 모습 그대로
저희 가슴에 있어요.
부끄러워 마세요. 선생님, 선생님은 저희 마음에 영영 꽃같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댈라웨이 부인이나 to the light house를 가르쳐주시던 조정호 선생님의 그 명랑한 음성,
under the volcano를 읽으시며, the sound and the fury 를 읽으시며
고뇌어린 주인공의 마음을 쥐어짜는 음성으로 읽어내려가시던 나영균 선생님,
anthony and cleopatra를 읽으며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우렁찬 대사를 해 주시던 김갑순 선생님,
조목조목 자세하게 영문학사를 가르쳐주시던 김영일 선생님,
그 모습 그대로 저희에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선생님들께서는 마음놓고 나이드셔도 됩니다.
저희 마음 속의 모습은 늘 이팔청춘이시니까요...
이화 동창지 영문과소식 - 이번 여름에 출범한 33대 영학회에서는 내년 영문과 백주년기념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학회 동문 간담회를 주최하였다. 건강한 줄기세포 하나가 여러 기능을 하는 우수한 장기로 분화발전되듯 이화영문라는 줄기세포는 우리 나라의 중요 혈맥으로 곳곳에 뻗어나아왔다. 식민지와 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진통을 겪어내며 오늘 날 K 한류를 만들어 내는 이화영문의 역사가 동창 간담회에서 다시 보기로 재생되는 감동이 무더위를 제압하며 올라왔다. 다음은 성사된 간담회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