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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영성 에세이 -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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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http://www.thesoho.co.kr 작성일2005-05-27 01:42 조회5,1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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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영성 에세이




                                                                      상 처



 5월 어머니날 북악산이 커다랗게 보이는 운동장에서 교회 운동회의 릴레이 달리기에서 뛰다가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와 왼손바닥을 다쳤다. 미리 나가 바톤을 받아 뛰고 바톤을 다음 타자에게 주기까지 몸보다 마음이 앞서가고 코너를 도는데 전속력을 내어 뛴 것도 문제였지만, 바닥이 왕모래가 좍 깔려있어 보통 운동화로는 미끄러지게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넘어져 다친 것 보다는 모든 사람이 쳐다보는데서 미끄러진 것도 부끄럽고 우리 팀이 나 때문에 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앞서 피가 나고 쓰라려도 대강대강하고 왔는데, 이 주가 넘어도 오른팔이 욱신거리고 흉터가 남을 것 같아 그날 용감히 자원해 나간 게 후회가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려서도 많이 넘어졌다, 무릎에 자주 딱지가 내렸고 다리뼈를 계단에 부딪쳤던 아픔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게 아프다. 다리 한 부분은 피가 나서 어린마음에 옆에 있던 신문지를 얼른 찢어 붙인 게 흐릿한 문신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이 상했거나 마음이 상했던 것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아픈 파편들을 떠올리면 다 잊었는줄 알았는데도 어딘가 먼 과거에서 보이지도 않는 감정과 느낌이 올라와 뜨겁고 뭉클한 것이 가슴을 스친다. 눈에 보이는 그 옛 상처나 문신은 이제 하나도 아프지 않고 느낌조차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들은 지금도 가끔 아파온다. 가족이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오해나 핀잔, 상처는 어째서 아직도 가슴 속에 살아남아 꿈틀거리는 것일까.

 나는 그날도 바로 얼마 전 끝없이 춥던 날 기나긴 이 겨울만 끝나도, 날씨만 따뜻해져도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버거운 세상살이와 아직도 마음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조국의 삶, 그리고 반복되는 마음의 상처로 계절의 여왕 5월에 나는 가슴을 앓고 있었다.

 미국서 낳은 아들아이도 개구쟁이일 때는 무릎이며 다리 발 손가락까지 걸핏하면 다치고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아이의 보드라운 살에 상처가 나는 걸 보는 것은 엄마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 엄마가 된 순간부터 아이에 대한 걱정은 이것저것 따라 다니지만 그 중에서도 몸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으뜸일 테니까.
그러나 아이의 마음이 상하는 것을 보아내는 것은 더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한창 말 배우는 나이 세살에 서울서 몇 달 우리 말을 배워 왔는데, 미국에 다시 와서 유아원에서 교실 안 토끼장 속의 토끼를 보고 토끼, 토끼 부르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걸 깨달은 아이는 딴 나라 말을 쓰는 학교는 안가겠다고 아침마다 악을 쓰고 울었고 그런 아이를 하루 종일 벌세우듯, 일하는 나는 매일 학교로 데려다 주었다.

 다시 일하는 엄마를 따라 6학년에 서울에 와서 학교를 가게 됬을 때, 텃세 부리는 아이들을 피해 며칠을 하루 종일 사직공원에서 놀다 온 것을 나중에 알게 됐을 때, 그리고 서울에서 가족을 기대같이 잘 못보고 참으로 외로왔을 때, 한국에 데려온 걸 늘 죄스러워 하다 다시 고등학교를 미국 기숙사 학교로 보내게 되었는데 여기에 내린 뿌리를 다시 옮기는 외롭고 힘겨운 과정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 자잘한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울컥해 진다. 몸을 다치는 것만이 상처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 사직공원에서 해질 무렵 돌아온 아이는 “그 애들은 내가 싫은 거야” 했었지.  그땐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들었을테고 그래서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그날 운동회가 끝나고 나오는데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 산을 안내하는 마라톤 선수 알프레드가 내 팔꿈치와 손바닥의 피를 보더니 “Sunshine, 아프리카에서는 몸이 다치면 몸이 더 강해진다고 하고 스포츠 선수는 넘어지고 다칠수록 더 스타가 된다”고 위로해 준다.

 그렇구나.
 내 영혼의 상처와 마음의 넘어짐도 내 마음과 영혼을 더 단단히 더 강하게 만들어 주시려는 하나님의 뜻이었구나.

 깨우침이 더딘 어리석은 나는 팔꿈치를 다치고서야 또 하나의 소중한 깨우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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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동창지 영문과소식 - 이번 여름에 출범한 33대 영학회에서는 내년 영문과 백주년기념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학회 동문 간담회를 주최하였다. 건강한 줄기세포 하나가 여러 기능을 하는 우수한 장기로 분화발전되듯 이화영문라는 줄기세포는 우리 나라의 중요 혈맥으로 곳곳에  뻗어나아왔다.  식민지와 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진통을 겪어내며 오늘 날 K 한류를 만들어 내는 이화영문의 역사가  동창 간담회에서 다시 보기로 재생되는 감동이  무더위를 제압하며 올라왔다.  다음은 성사된 간담회 내용이다.

 

[전임회장단 간담회]   

1. 일시 : 2024.07.23(화) 14: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고영자(63) 최청규(65) 유중근(67) 박은경(68) 안미순(71) 김혜정(72) 이정숙(77) 홍성미(78)  

3. 사회 : 강명옥(82) 기록 : 홍의경(85) 진행: 신정선(84) 

 

[방송인 간담회] 

1. 일시 : 2025.07.25.(목) 11: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이숙영(80) : 아나운서 

 김혜란(82) : 전 KBS 국제협력실 PD 

 고희경(92) : SBS 아나운서 

 권수현(02) : 연합뉴스 기자 

 현솔잎(08) : MBC 기자 

 김효정(08) : BBC  

3. 사회 : 이무경(89) 기록 : 박미정(88) 진행 : 이유미(83) 

 

 

[언론인 간담회] 

1. 일시 : 2024.07.26(금) 11: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  

 이덕규(79) : 전 중앙일보 기자 

 김순덕(84) : 동아일보 고문 

 허  란(05) :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연주(15) : 중앙일보 기자 

 구유나(15) : BBC 기자 

 윤  솔(21) : 세계일보 기자  

3. 사회 : 서연희(94) 기록 :김지은(82) 진행 : 김경숙(84)  

 

[문화 간담회]  

1. 일시 : 2024,07.29.(월) 14:00 / 학교 인문관 201호 

2. 참석  

(외부전문가)  

 신선희(68) (전) 국립극장장  

 배혜경(79) (전) 크리스티즈 한국지사장  

 이화익(80) 갤러리대표 (전) 화랑협회 회장 

 전혜숙(83) 미술사 교수 

 박윤정(88) (전) 소마큐레이터  전시기획자 

 김은령(94) 디자인하우스 전 부사장

 황  윤(95) 영화감독 

(영학회 내 전문가) 

 정경숙 (79) 갤러리정 대표 

 노정하 (88) 집아트 대표 

 우혜수 (90) 전 아모레 미술관장 

3. 사회 : 우혜수. 기록 : 곽상희. 진행 : 노정하 

 

[금융기업 간담회] 

1. 일시 : 2024.08.02.(금) 18:30 / 한일관 압구정점 

2. 참석 :  

 이성남(70) 전)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손병옥(74) 현)SC제일은행 사외이사, 전)푸르덴셜생명회장 

 허금주(87) 현)G20 Empower Alliance 한국대표 ,전)교보생명 전무 

 박경희(90) 현)삼성증권 WM 사업부문장, 부사장 

 김정원(91) 현)김&장 고문, 전)씨티은행 재무부행장 

 최승은(91) 현)삼성전자 MX 사업본부 부사장, 전)존슨앤존슨 글로벌케어본사 사장 

3. 사회 : 한유경(91) 기록 : 김희진(94). 사진.촬영 : 노정하(88) 

 

 

[선교 간담회] 

1. 일시 : 2024.08.09.(금) 11:30~14:00 / 한일관 압구정점 

2. 참석 :  

(간담회 참석) 

 성혜옥(70) : 이대 총동창회 선교부장 

 이명실(78) : 전 이대 총동창회 총무 

 이재진(78) : 성경번역선교사 

 이은혜(83) : 영남 신학대 조교수 

 최문영(83) : 이화의료원 초대 원목 

 박경난(88) : 이대 국제처 특임교수 

 이은혜(05) : 호주 YMAM 

(서면 답변)  

 김영자(66) : 우간사 선교사 

 박혜원(79) : 인도네시아 선교사 

 오은주(74) : 필리핀 선교사 

 엄옥희(86) : 우간다 선교사 

 양은숙(80) : 알바니아 선교사 

 송헌복(69) : 한국선교훈련원 명예교수 

 김선정(88) : 케냐 선교사 

 

 

3. 사회 : 이유미(83)총무. 기록: 이연선(01/ 전 서울경제 부장) 사진.촬영: 김경은(79) 

 

[사법행정 간담회] 

1. 일시 : 2024.08.12.(월) 18:30~21:00 / 친니 광화문점  

2. 참석 :  

 김정순(83) : 김앤장 고문 

 윤혜미(83) : 전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강민아(88) : 전 감사원장 대행 

 곽진영(88) :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 

 김선화(92) :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장 

 서연희(94) : 법무법인 율성 변호사 

3. 사회 : 조영미(82). 기록: 윤수현(95) 사진.촬영: 양옥경(82) 


개척해 온 100년 이화영문이 개척해 갈 100년 이화영문을 맞아 악수하고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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