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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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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ie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7-19 16:48 조회1,206회 댓글3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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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mjiksoon.jpg


비온다고 주저 앉을 우리인가?
과천 산림욕장에 가기로 약속했던 우리는 장맛비 심술로
대신, 인사동의 낭만에 스을쩍 젖어보기로 하였다.

7월 21일 까지 인사동 공화랑, "색채와 격조의 만남" 전시회.
1900-1930년 일제 강점기에 출생한 한국 근대,현대 화가들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이응로, 이인성, 김인승, 임직순
박고석, 유영국, 최영림,김흥수, 천경자등등)의 작품전.
개인 소장품들이어서 흔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것이 더욱 구미를 당겼다.

3호선 안국역 6번출구. 항상 보는 친구들인데도 새삼 더욱 반갑다.
오랫만에 서보는 좁은 골목길이 정겹다.
자연스레 각자 어린시절로 돌아가 본다.
"어디 살었니?" "어디 살었었니?"

골목길 허름한 한식집-
우거지국에 비듬나물, 뱅어포, 된장찌개, 수수한 소찬이 마음에 든다.

골목길 산책길에 그 유명한 천 상병시인의 부인이 꾸리는
작은 찻집 "귀천"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생강차, 유자차, 커피.
창가의 이름 모를 하얀 작은 들꽃,
서가에 편안히 놓인 천 시인의 시집, 수필집들,
벽면 가운데 흑백사진의 천 시인의 젊을 적 모습이 유별나다.
시인의 대표적 시집 "귀천"도 기념품 삼아, 잊지않고 한권 가방에 담고.
시인의 사연, 세상 돌아가는 이 얘기 저 얘기는 찻집"귀천"에 남겨놓고 나왔다.

다시 골목 순례.
아기자기, 세련, 색다름, 제멋, 제맛대로 꾸민
공방, 고서화, 도자기, 사찰식재료점, 기념품집을
눈요기도 하고,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살듯 말듯 집적거려보기도 하는 재미를 실컨 즐긴 후,
오늘의 목적지 공화랑에 들어섰다.

우선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근현대 작가 십여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인상주의던, 샤갈풍의 환상적이던, 색상에 천착하던, 사실에 매달리던, 추상에 몰두하던
우리는 우리들 나름대로, 입맛대로 아니 눈맛대로 즐기고 좋아하였다.
지난 일년 서양미술사를 배운 덕에 막연히 즉흥적, 감각적으로 싫다, 좋다가 아닌
그림이 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음 속으로 즐거웠다.

일제시대, 일본을 통해 서양의 근,현대의 서양미술풍조의 파동을
년대별이 아닌 동시다발로 접하였기에
우리의 근,현대 선조 화가들은 그들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쪽에서
인상파적 화가도, 마티스같은 색채주의적 경향의 화가도,
입체주의에 매달린 화가도,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同時代에 함께 공존한 이유라 한다.

여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오던 길의 반대편
상점들을 기웃기웃하며 어느새 안국역 6번 출구에 닿았다.

장맛비 덕에 우연히 인사동에 새긴 우리들의 수수한 그러나 흐뭇한
우리들 식 "비오는 날의 수채화", 언제 또 그려볼 수 있을까?

<행간 속의 우리는 민기남, 박지화, 방영란, 오부근>



댓글목록

방영란님의 댓글

방영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금도 김흥수 화백의 추상화가 주는 감동에 젖어 있어. 전혀 뜻밖이었어. 그냥 백발의 정력 좋은 노친네인 줄 알았다는 것이 죄송스러울 뿐이야.  이응로 화백은 충청남도 수덕사 근처 출신 답게 불교와 향토적인 분위기의 결합으로 느껴졌고.  이런 감상 기회를 갖게 해 준 거 고맙고, 다음에도 기회 있으면 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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