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기 Robin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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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8-07-29 06:35 조회977회 댓글3건본문
지난 주 화요일(7/22) 오후 우연히 창밖을 내다 보니 Magnolia 나무위에 꽃이 몇 송이 피어 있어서 신기해서 나가 보았다.
봄에 피는 목련이 왜 한 여름에 피어 있을까?
아마 기후 변화가 심한 미시간의 계절 탓인가 보다.
나는 유리 창에 닿은 뒷 마당의 목련 나무 가지를 하나 둘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Robin (새) 두마리가 내게 가까히 다가 오더니 목청 높이 찌찌 째째 짖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나는 듯 울부짖기 시작했다.
은근히 겁이 나서 나는 방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와서는 밖의 목련나무 가지 밑을 자세히 들어다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아늑한 가지 사이 사이에 조그마한 둥우리를 만들어 놓지 않았겠는가!
조심스레 커튼 사이로 살며시 둥우리를 향해 쳐다 보고 있노라니,
어미 Robin이 알을 품더니 예쁜 아기 Robin 세 마리가 드디어 탄생했다.
첫째날, 두째날까지 아기 Robin들은 민둥생이 머리에 눈은 감고, 하루 종일 사근 사근 숨을 쉬면서 자는 듯 했다.
그러다가도 어미 Robin이 먹이를 갖고 오는 걸 알면 목을 길게 둥우리 밖으로 하늘을 향해 뻣고,
입을 벌린채 먹이를 받아 먹는 것이었다.
셋째날이 지나니까 머리와 날개에 털이 숭숭 나기 시작했다.
넷째날이 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도 제법 움직이며 날아 보려는 듯 했다.
다섯째날이 되니까 부리로 날개와 몸을 여기 저기 긁으면서 어딘가 날아 보려고 꾀나 애를 쓰는 듯 했다.
오늘이 여섯째 되는 날이다.
제법 많이 자라났고, 털도 온 몸에 수북히 덮어진 듯 했다. 먹이도 제법 경쟁을 하면서 잘 받아 먹고 좁은 둥우리 안에서 세마리가 비비적 거리고 있다.
30 여년 전 내게도 세명의 아이가 순서되로 태어낳았다.
세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가슴이 뭉클 해진다.
엄마 새도 먹이를 입에 물고 와서는 아기 새들 입에 넣어 줄 때가 가장 행복할 때라는 걸 알고 있을런지?.....
과거를 회상하면서,
우리집 세 아이들은 이젠 어른으로 성장하여 날개를 달고 멀리 멀리 훌 훌 자기 갈 길로 날라가 버렸다.
가까운 장래에 그 아이들도 나같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면서...
세 아기 Robin이 둥우리를 박차고 멀리 날라 갈 때 나 또 다시 허전하겠지!...
Robin을 보면서 잠시 회고와 명상에 잠겨 본다.
댓글목록
이성윤님의 댓글
이성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성희야 오랜만이네. 외국에 살고 있으니 더 얼굴 보기 힘드네. 로빈이 창앞 나무에 둥지를 튼 것을 보니 너의 집은 정말 예쁜 집일거라는 생각이 드네. 아이들이 다 자란 우리들의 둥지도 허전해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나이인가보다. 건강하기를!
유성희님의 댓글
유성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반갑다! 성윤아! 잘 지내고 있지? 빈 둥지에 가끔 찾아와 주기만 바라는 어미 마음은 우리도 똑 같지...
임복영님의 댓글
임복영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간만에 들어왔더니 재미있는 글이 올라있네. 젊었을 땐 사람만 보이더니 늙어가면서 자연이 점점 더 많이 보이는 것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바로 창넘어로 bird-watcher 노릇하기 재미있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