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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라베스크 예술의 알함브라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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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http://myhome.hanafos.com/~leeroh 작성일2003-10-26 10:31 조회3,164회 댓글58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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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를 뒤로하고 지부롤타 해협을 다시 건너가기 위해 배를 타는데 입국 때 보다 까다로워 우리가 타고 간 버스의 선적이 좀 늦어졌다. 스페인의 알제르시라스 부둣가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이베리아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꼬스따 델 솔(Costa del Sol=태양의 해변) 해안 300킬로를 따라 지중해의 눈부신 태양과 맑고 푸른 바다를 보면서 세계적인 휴양지 말라가(Malaga)까지 멋진 드라이브를 했다. 내가 파리유학 때 유럽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름 휴양지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긴 해안에 휴양 도시들은 산 위까지 빽빽하게 콘도용 아파트를 짓는 것이 난 개발 같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한눈에도 피서객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도중에 두 번째 휴양도시 마르베야(Marbella) 에서 우리일행은 드디어 지중해에 발도 담가보고 파도가 철썩이는 모래위도 걸으며 지중해에 온 것을 실감해보았다. 5월초인데 벌써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말라가 근처에 유명한 바캉스 리조트 토레몰리노스를 통과해 출발 한지 3시간만에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이며 4번째로 큰 도시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말라가는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 일광욕을 즐기면서 바캉스를 지내는 곳으로 호텔, 별장, 고층 아파트가 입추의 여지없이 늘어서 있다. <코스타 델 솔>의 중심지인 말라가는 페니키아 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로마, 켈트족,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지배되었던 역사 깊은 곳으로 <피카소>의 고향이기도 하다. 14세기에 요새 겸 선박통과를 점검하던 등대 성벽을 비롯해 시내 중심의 마리나 광장에는 스페인 최강의 성채로 아라비아인들이 모로코로 쫒겨 가기 전 마지막 보루였던 알카사바가 성곽이 있다.

구 시가지에 피카소가 10세 이전까지 살았던 집은 6명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해서 그냥 지나치고 시내를 벗어나 언덕 위에 있는 히브랄파로 성으로 올라갔다. 말라가 시내와 지중해가 멀리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높게 쌓은 성곽 바로 밑에는 투우장이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에 매료되어 성곽 위를 거닐며 언제까지나 머무르고 싶었다. 말라가 해변과 주변을 산책해 보니 최고의 바캉스지로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물론 유럽 중에서 비교적 물가가 싸고 농산물이 풍부한 것도 손꼽을만 하다.

아름다운 도시 말라가를 뒤로 그라나다를 향하면서 나무가 울창한 높은 산길로 차가 한참 달린 후 넓은 구릉지에 다다르니 마치 군대 사열을 연상케 하듯 가로 세로 줄을 맞추어 심어 놓은 올리브 나무들은 예술적인 퍼레이드를 보는 듯 했다. 끝없는 올리브 나무 밭 사이로 드라이브하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에나 네바다 산(3500미터)을 넘어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Granada)에 도착했다. 넓은 들에 촘촘하게 지은 빌라의 지붕에는 하나같이 굴뚝이 많고 붉은 지붕에 흰 색 벽이 아닌 핑크 색 벽이 다른 지방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을 점령했던 이슬람 군 최후의 보루가 되었던 곳이다. 이슬람 왕이 이사벨 여왕에게 쫒기어 신발도 못 신고 그라나다를 버리고 넘은 네바다 산맥을 일명 <한탄의 고개>라고 술탄의 심정을 대신해 부른다고 한다. 이곳이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의 손에 들어온 날인 1492년 1월 2일이 스페인 통일의 날이다. 그때까지는 이슬람왕국으로써 영화를 누렸으며 그 잔상이 알함브라 궁전이다. 시내에는 3개의 언덕이 있는데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언덕과 좁고 꼬불꼬불한 길로 된 구 시가지 알바이신(Albaicin)과 집시들이 모여 사는 사끄로몬떼(Sacromonte) 지역이다.

도착하자마자 언덕 위에 천연 요새로 둘러 쌓인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올라가니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루에 입장객이 7천명이나 되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도착한 날 입장하기 어렵다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14세기의 나사르 왕조의 궁전으로 스페인 아라비아 예술의 제2기에 만들어진 걸작이다.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은 이슬람예술의 극치를 이룬 아라베스크 양식의 궁전이며 국토 회복 전쟁 때 페르난도와 이사벨 두 왕에게 넘겨져 그 후 16세기의 스페인 황금시대에 까를로스 5세가 이 안에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을 세웠다. 알함브라 궁전은 <왕궁>, <까를로스 5세의 궁전>, <알까사바>와 <헤네랄리페>로 나누어졌다.

현지가이드의 안내로 이사벨 여왕의 손자 까를로스 5세가 결혼 첫날밤을 지내려고 지었다가 사용 안 한 <까를로스 5세 궁전>을 먼저 구경했다. 까를로스 5세 궁전은 르네상스양식으로 만든 것으로 알함브라 궁전 경내에 있다. 16세기에 건축된 후기 고딕양식의 대성당, 18세기 바로크양식의 SAGRARIO교회와 CARTUJA사원 등이 있다. 까를로스 5세가 이슬람 건축에 대항해서 세운 르네상스양식의 정방형 건물에 도리아식의 기둥이 늘어선 원형의 안뜰은 매년 국제음악무용 페스티발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16세기, 18세기에 짓다가 미완성이긴 하지만 음악회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이한 것은 건물 중앙에 물이 빠지는 하수구 위에서 손뼉을 치면 하수구를 통해 공명이 되어 소리가 울린다고 해서 실제로 확인해보니 신기했다. 다음은 포도주 저장하던 곳을 구경하고 성곽 위에 군인들 참호를 지나 전망대에서 성곽 밑에 이슬람이 지은 좁은 골목 동네와 성곽 우측 밑에 집시 촌과 이 궁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인 우뚝 서있는 촛불 탑이라 부르는 <베라의 탑>(Torre des Vera)을 둘러보았다.

드디어 우리일행이 입장할 시간이 되어 알함브라 궁전에서 처음 본 <아라야네스의 안뜰>은 중앙에 연꽃이 핀 직사각형의 좁다란 연못이 있고 그 양쪽 담은 푸르고 싱그러운 천인화로 덮여 있어 대조적인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뜰을 지나 <왕이 재판하던 방>을 구경하니 벽은 채색이 바래서 거의 흰색이 되었으나 복도를 장식한 모자이크 타일의 색은 아직도 선명하다. 채색 중에 노랑은 황금, 빨강은 순수혈통, 파랑은 신과 통함, 흰색은 모하메드, 녹색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왕의 기도 실>이 있다. 중앙에 꼬마레스 탑의 내부에 있는 <대사의 방>은 왕이 사용하던 대로 발을 쳐 놓았는데 창틀이 없는 이유는 왕이나 귀족들이 누워서 밖을 내다보기 좋게 창문턱을 없앴다고 한다. 독특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눈길을 끌고 지붕은 천상의 별과 달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정원에는 네바다 산에서 흘러온 물이 나오는 분수에서 내뿜는 물소리가 신비한 분위기에 젖어있던 관광객들에게 시원한 청량 감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는 에어콘의 역할을 할 정도로 차다고 한다.

연꽃이 떠있는 정원을 지나면 왕비와 후궁이 살던 <금남의 집>이라 부르는 무디하르, 르네상스, 카톨릭 건축 양식의 건물이 나오고 분수가 있는 마당이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사면 복도에 왕비와 후궁 방들이 연결되어 있다. 후궁 방들 중에 <두 자매의 방>은 가장 화려한데 왕의 총애를 받던 왕비 둘이 자매처럼 함께 왕과 기거하며 왕자도 동시에 낳은 방으로 유명하다. 현대인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금남의 집 앞마당 <사자의 안뜰>대리석 광장에 분수대는 12마리의 사자석상이 버티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금남의 집 건물에 <36명의 목을 친 방>이 있는데 원래는 천장이 종유석으로 된 연회장으로 후궁이 바람이 났다고 왕이 파티를 가장해서 36명의 남자를 초청해 모두 목을 베여 죽임으로 그 앞 <사자의 안뜰>에 12마리 사자석상이 있는 분수대 광장으로 피가 흘러 넘쳤다고 한다. 그 방의 사연을 듣고 나니 화려한 아라베스크 예술의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회의를 느꼈다. 어딘가 신비해 보이던 궁전을 둘러보고 영국의 탐정소설가 애드가 알렌 포우가 즐겨 쓰던 <아라베스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맛보았다.

알함브라 궁전 바로 옆에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에는 스페인의 <카를로스 5세의 방>이 있는데 조각만 있을 뿐 단순하며 왕이 그 방에서 첫날밤 보낸 것을 천장에 기록해 놓았고 옆에 사우나방과 악사 방이 붙어있었다. 카를로스 5세 방 건너편에는 1829년 워싱톤 어빙이 이곳에서 알함브라 궁전 이야기에 대해 쓴 원본을 전시한 <워싱톤 어빙 기념관>이 있고, 지하에 감옥이 있는데 철판구멍을 통해 위에서 죄수를 감시하던 곳이 있는가 하면 <비밀의 방>이 있는데 공명이 잘되어 왕이 아래에 있는 신하의 방에서 하는 말을 엿 들을 수 있게되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신하들이 고난을 당했다고 한다. 창살 없는 감옥을 연상케 했다. 궁전을 벗어나니 우리나라 여의도 넓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잘 가꾼 정원이 나와서 관광객들의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수 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를 비롯해 장미꽃 우거진 꽃길, 시원한 분수 등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여행객으로 하여금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

우리 일행은 알함브라 궁전 뒤쪽에 있는 높은 시에라네바다 산을 굽이굽이 반시간 가량 올라가 해발 2450미터 지점에 있는 스키장 동네 호텔에 투숙했다. 그라나다에 위치한 네바다산맥은 겨울엔 스키어들의 천국이라는 바로 그곳에 우리가 머물렀다. 5월 초인데 흰눈 쌓인 산은 붉게 물든 석양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투숙한 호텔은 스키장 건너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육중한 나무로 지은 분위기 있는 곳으로 저녁식사는 풍성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맛있는 스페인의 돼지고기 요리인 <하몽>을 먹었다. 스키를 사랑하는 나는 그라나다의 스키장을 걷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했다.

네바다 산을 떠나오며 마지막 이슬람 왕이 알함브라 궁전을 떠나기 싫어 버티다가 신발도 신지 못하고 넘었다는 <한탄의 고개>를 바라보며 권력의 무상함이 떠올랐다.

이종희 (여행 칼럼니스트, 프랑스 파리에서 장애인 치료분야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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