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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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11-15 16:57 조회3,796회 댓글457건본문
아빠의 목발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우리 가족은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다친것은 나와 아빠였다
두다리를 크게 다친 나는 보조다리(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나보다는 덜했지만 아빠도
보조다리에 의존해아만 했다.
부자가 동시에 장애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 싶을 정도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때
위안이 되어준 사람은 아빠였다.
아빠는 나와 꼭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아빠의 사랑으로 나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식 날
아빠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입학식을 끝내고 나올 때였다.
눈 앞에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차도로 한 어린 꼬마가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눈 앞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빠가 보조다리도 없이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나는 너무 놀라 외마디소리를 내질렀지만
아빠는 나의 외침을 못 들은 척
목발을 손에 들고는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시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다.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 들어. "하며
엄마는 조용히 말을 이어 나가셨다.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인이야.
그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4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네가 목발을 짚어야 했기 때문에
너와 아픔을 같이 하여야만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있고
네가 역경을 이겨낼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것이라고 생각하셨지"
"왜 그랬어? 왜 다리를 다치지 않은 아빠까지....."
엄마의 설명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울지 마. 아빠는 너를 교통사고서 구하지
못한 것을 항상 자책하며 몸씨 괴로워 하셨어.
그래서 스스로 목발을 짚으면서 너를 위로하여 주는 것으로
큰 위안을 삼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셨단다.
오늘은 그 어린 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봐
위험을 무릎쓰고. 뛰쳐 나가신 것이다. "
앞서 걸어가시는 아빠를 넋잃은채로 쳐다 보면서
나는 분홍색파카위로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나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난뒤
걸핏하면 짜증과 투정을 부리며 주변사람을 괴롭혔다
그때마다 아빠는 가장 먼저 나에게 달려와 눈물을 닦어주셨다.
나는 늘 아빠 품에 안겨서 울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목발을 한, 같은 처지의 아빠가
달래야만 나는 울음을 그치곤 했다.
내가 생트집을 부렸을 때마다
거짓으로 목발을 짚고 나를 달래셨던
아빠의 가슴이 그 얼마나 아팠을까
아~, 아빠~, 정말 미안해요. 죄송해요.
(이철환의 "연탄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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