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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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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4-05-29 11:14 조회1,317회 댓글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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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일정을 마치고 셋째 날부터 관광을 시작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었던 기념 평화공원을 방문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왕릉처럼 해놓은 일본인 유령 비 건너편에 유령비만 외롭게 서있는 한국인 유령 비 앞에 <두 번 다시 잘못은 하지 않겠습니다. 편안히 잠드소서> 라고 쓴 글이 눈에 띄었다. 비가 억수로 오는데 니아까를 밀며 종이를 줍고 다니는 할머니 세분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83세나 된 한국 할머니들이었다.

히로시마를 떠나 다음에는 물위에 신사로 유명한 미야지마(宮島)로 향했다. 섬에 관한 비디오를 보며 10분간 배로 건너갔다. 마치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은 신사가 있는 곳을 이쯔구시마(嚴島)라 하고 <신의 섬>이라 불리며 섬전체가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신사에 거울이 있어 거울 통해 신이 우리의 마음을 안다는 말도 들었다. 마침 물이 빠져서 해변 모래사장에 우뚝서있는 신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신사 가까운 해변에 지붕이 있는 나무 로 된 긴 복도를 걸으며 신사를 감상했다. 이 섬은 신성한 섬으로 이 섬에서 죽음을 마지 하지 말라는 금지사항이 있어 죽게 되면 건너편 육지로 나간다고 했다
오후에는 주고쿠와 시코쿠 지방의 현관인 오카야마(岡山)로 가서 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인 고라쿠엔(後樂園)을 방문했다. 중세에 봉건주의의 발달로 1687-1700년 완공된 이께다 영주의 별장이다. 일본 정원에 연못은 바다를 상징하고 연못 안에 동산은 섬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원에 들어서니 하늘이 안 보이는 아름드리 밤나무들의 진한 밤나무 향기가 넒은 정원과 잔디밭에 퍼지고 넓은 연못 안에는 소나무를 심은 작은 동산이 있어 운치를 더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니 오카야마의 검은색 성이 보였다.

다음에는 오카야마 근교에 위치한 옛날 창고를 개조한 구라시키(倉敷) 미관지구를 방문했다. 거상들이 살던 동네에 창고를 개조한 중심에 오래된 운하를 따라 아름드리 버드나무, 라일락으로 된 가로수와 미술관, 가게들이 일본다운 분위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금방 만든 어묵을 먹으며 일본에 온 것을 실감했다.

구라시키에서 무려 2시간가까이 시골길을 달려 나트리움과 칼리움의 유노고(湯鄕)온천장에 유노고 관(舘)에 들었다. 일본식 여관이고 오래된 곳으로 한국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넓은 다다미방에서 유카다(일본 온천용 옷)로 갈아입고 전통 일본 음식을 들었다. 그런데 식사를 도와주는 부인이 우리나라 음식이 맛있다고 하며 삼겹살구이 등을 먹고 싶다고 했다.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탕의 규모는 적지 만 물의 촉감이 부드럽고 촉감이 좋다. 노천탕도 그리 크지 않고 물래 방아가 돌아가는데 운치도 있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온천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온천물과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은 혼슈와 시고꾸를 연결하는 세토오하시(瀨戶大橋)는 1988년 4월에 개통된 다리로
길이가 10.6킬로미터이며 1층은 기차, 2층은 자동차가 다니는 2층으로 된 다리다. 우리나라의 서해대교는 최근에 개통 되었는데 보기에 세토대교는 아주 견고하고 묵직한 인상을 준다. 대교를 건너 다카마츠(高松)에 에도시대(1603년)를 조성해서 1980년 재현한 민가박물관인 시코쿠무라(四國村)를 방문했다. 시코쿠의 전통 가옥들을 재현해 놓은 야외 박물관에서 옮겨와 복원한 23개동과 생활도구를 보며 일본인의 생활상을 많이 알게 되어 아주 귀중한 방문이었다. 특히 설탕 만들던 집과 소금 장사하던 집과 맨 마지막에 어부의 집이 인상적이다. 소금장사한집은 염전을 개발해 얻은 부로 선풍기. 대포, 피스톨을 발명하고 어부의 집은 1807년 증기선 발명, 1814년 증기기관차 실용화 하는 데 자신의 재산을 바쳤다고 한다. 일찍이 그들은 개인의 재산을 국익을 위해 쓴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또한 에도시대에 영국인들의 서양식 집과 장미 정원도 건축양식에 도입이 되어 주거문화가 서구화 되었다.
점심은 그곳에 사누끼 전통 우동정식을 들었다. 우동 면이 아주 졸깃졸깃하고 간장 소스에 담가먹으며 우동 국물은 담백하다. 거기에 주먹크기의 유부초밥 2개다.

다음에는 일본의 3대 공원중의 하나라는 리쓰린코엔(栗林公園)을 방문했다. 원래는 밤나무가 많았는데 다양한 모양의 소나무 숲들로 장관을 이룬다. 다카마쓰 영주였던 이코마 집안의 별장이었던 곳을 100년에 걸쳐 조성한 공원으로 그 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기쿠게쓰테이(提月庭)라는 찻집과 연못 위에 걸쳐 있는 반원형의 엔게쓰쿄(偃月橋)에서 바라보이는 경치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 밖에도 리쓰린코엔 안에는 민예 관, 특산품 판매소, 미술관, 동물원등이 있다. 민예 관에 붙여 놓은 <민예품은 고가품이 훌륭한 것이 아니고 전시된 것을 보면서 집에서 사용하는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에 그 의가 있다>라고 쓴 글이 인상적이다.

다카마쓰에서도 바닷가에 있는 오쿠라 호텔에 들었는데 바다건너 세토대교가 바라보이는 곳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는 바다를 지키는 절로 유명한 선통사(善通寺)를 방문했다. 807년 홍법대사(弘法大師)가 부친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절이다. 홍법대사(772-834)는 20세에 출가해서 당나라에 2년 유학 하고 교토로 돌아와 당나라의 청룡사를 복사한 절을 6년 만에 완성했다. 다재다능한 홍법대사를 가리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 대신 <홍법대사도 글을 잘못 쓸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통사에서 천년이 넘은 장뇌나무 두 그루를 보았다. 우리나라 용문사 은행나무가 수령이 육백년인데 그에 비해 배나 굵게 보였다. 나무 가지와 잎사귀도 풍성하고 우람하게 잘 보전되었다.

끝으로 바다 수호신을 모신 고토히라 (琴平)신사가 있는 곳을 방문 하고 다카마쓰 공항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상과 민가박물관의 방문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엿 볼 수 있었다. 특히 부러운 것은 시골 어디를 가든 회색 기와지붕에 하얀 벽을 한 거의 균등해 보이는 집들은 구라파의 선진 도시를 연상케 하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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