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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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작성일2003-09-20 12:04 조회1,341회 댓글0건본문
가을사람
복거일(1946-)
산수유 꽃 핀 날
봄 사람을 찾아 갔더니
산 그림자 한 잎 뜬 찻잔을 놓고
가을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세월에 씻긴 그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얼굴도 어느새
가을 잎새로 떠 있었습니다.
봄 사람은 누구고 가을 사람은 누굴까. 혹시라도 나이 먹어가는 자신이 아닐까. 산 그림자가 뜬 차는 어떤 맛일까. 한잔 마시고 싶다. 세월에 씻긴 가을 잎새를 보러 나도 이 가을 고국의 산길을 돌아다녀야 할까보다. 어차피 봄철의 아름다운 꽃 보기는 틀린 나이니 산수유 빨간 열매라도 보고지고. 마종기 <시인>
헌화가
흔하디 흔한 산야초로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굳이 동의보감을 펼치지 않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꽃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이미 좋은 약이지요. 자주 피로해지고 두 눈이 충혈되는 그대에게 지리산 들국화 한 다발을 보냅니다. 컴퓨터 옆 책상 위에 놓으면 금세 방안이 환해지고 으슬으슬 한기가 사라지겠지요.
행여 그대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을밤이라면 안개꽃 한 다발을 보내겠습니다. 머리맡 화병에 꽂아두고 자보세요. 불면증의 이유야 많겠지만 대개 음기의 밤인데도 양기가 지나치기 때문이지요. 안개꽃은 대표적인 음의 꽃이니 모처럼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장미꽃은 콩팥에 이로우니 우울증에 좋지요. 신경안정제인 장미의향은 꽃보다 잎에서 더 많이 나오니 푸른 잎을 너무 많이 떼지는 마세요. 고혈압에는 프리지어가 좋고, 목이 나른해지는 당뇨병증상에는 백합이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보다 더 좋은 꽃은 없지요. 때로는 독약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몸 속 어딘가에 서로 다른 향기주머니를 지닌 한 송이 꽃입니다.
이원규
퍼옴(중앙일보9월18일 이원규의 지리산편지에서)
복거일(1946-)
산수유 꽃 핀 날
봄 사람을 찾아 갔더니
산 그림자 한 잎 뜬 찻잔을 놓고
가을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세월에 씻긴 그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얼굴도 어느새
가을 잎새로 떠 있었습니다.
봄 사람은 누구고 가을 사람은 누굴까. 혹시라도 나이 먹어가는 자신이 아닐까. 산 그림자가 뜬 차는 어떤 맛일까. 한잔 마시고 싶다. 세월에 씻긴 가을 잎새를 보러 나도 이 가을 고국의 산길을 돌아다녀야 할까보다. 어차피 봄철의 아름다운 꽃 보기는 틀린 나이니 산수유 빨간 열매라도 보고지고. 마종기 <시인>
헌화가
흔하디 흔한 산야초로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굳이 동의보감을 펼치지 않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꽃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이미 좋은 약이지요. 자주 피로해지고 두 눈이 충혈되는 그대에게 지리산 들국화 한 다발을 보냅니다. 컴퓨터 옆 책상 위에 놓으면 금세 방안이 환해지고 으슬으슬 한기가 사라지겠지요.
행여 그대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을밤이라면 안개꽃 한 다발을 보내겠습니다. 머리맡 화병에 꽂아두고 자보세요. 불면증의 이유야 많겠지만 대개 음기의 밤인데도 양기가 지나치기 때문이지요. 안개꽃은 대표적인 음의 꽃이니 모처럼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장미꽃은 콩팥에 이로우니 우울증에 좋지요. 신경안정제인 장미의향은 꽃보다 잎에서 더 많이 나오니 푸른 잎을 너무 많이 떼지는 마세요. 고혈압에는 프리지어가 좋고, 목이 나른해지는 당뇨병증상에는 백합이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보다 더 좋은 꽃은 없지요. 때로는 독약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몸 속 어딘가에 서로 다른 향기주머니를 지닌 한 송이 꽃입니다.
이원규
퍼옴(중앙일보9월18일 이원규의 지리산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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